한 미국인 교수 집에 초대를 받아 갔을 때 들은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엄밀하게는 말은 알아들었지만 뜻을 몰랐다. 바비큐면 바비큐지 텍사스식은 뭐고, 캐롤라이나식은 뭐란 말인가. 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바비큐는 어느 동네 방식이었던 걸까.
그런데, 미국 주 하나 정도 크기(또는 그 보다 작은)인 한국에도 전라도식 김치, 경상도식 김치가 구분되는 마당에, 넓은 미국에서 지역에 따른 바비큐 구분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 터였다.
불에 고기를 굽는 바비큐는 사실 고기를 먹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 회자(膾炙)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옛날에는 날고기 아니면 구운 고기였다. 찌거나 삶는 방식도 있겠지만, 역시 고기는 굽는 게 가장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했던 것 같다. 편한데다 맛도 있다. 카우보이들이 많은 미국에서 발달한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런 미국이라면, 한국의 고유한 요리로 주장하는 ‘불고기’도 결국 ‘특이한 바비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듯 하다. 식탁에서 직접 구워먹는 독특한 문화와 미리 양념을 재워두는 정성도, 바비큐의 배리에이션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돼지고기 바비큐라면 역시 슬라이스 보다는 잘게 찢은 풀드 포크(pulled pork)가 제 맛이다. 찾아본 바로는 멤피스(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캔자스시티(미주리), 센트럴 텍사스, 이스트 텍사스, 앨러배마 등이 저마다 독특한 바비큐를 자랑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식에도 이스트 스타일과 렉싱턴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맛을 글로 표현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것이 있을까. 여하튼 설명을 죽 보니, 주로 먹었던 것은 새콤한 식초향이 감도는 노스캐롤라이나 식이었던 것 같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바비큐 협회(NC Barbecue Society)’에서 선정한 ‘바비큐 트레일(Historic Barbecue Trail)’이 있을 정도로 바비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고장이다.
고기 자체를 중요시하는 텍사스식이나 노스캐롤라이나 스타일에 머스터드소스를 곁들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식도 궁금하긴 하다. 절충형도 있다. 앨라배마식은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식의 중간쯤이라고 한다. 마요네즈와 식초를 섞은 소스로 만든 풀드 포크를 햄버거 빵에 넣어 먹는 샌드위치라는데, 버밍엄을 지나며 일부러 ‘바비큐 맛집’을 찾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허름한 가게. 여행안내 책자가 아니었으면 결코 지나가다 들를만한 외형은 아니었다. 반신반의하고 들어갔다 두 번 놀랐다. 첫째, 생각보다 손님이 많은데 놀랐고 둘째, 맛은 결코 ‘허름하지’ 않았던 데 놀랐다.
청계천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오랜만에 풀드 포크 바비큐를 맛봤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미국 요리사가 만들어준다는 바비큐가 TV에 나온 뒤 인터넷에서도 유명해졌다. 예전 버밍엄의 샌드위치 맛을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약간 느낌이 달랐다. 이건 도대체 어느 동네 식일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리 입맛에 맞춘 ‘서울식’일 가능성이 높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