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배너 / Savannah, GA
#1
잠시 인연을 맺은, 정확히는 1년 동안 알고 지내던, 미국인 초등학교 교사 이름이 Savannah 였다. 이름을 들으며 미국 남동부의 멋진 도시 태생이겠거니 했지만, 사실 그 도시에 가본 적도 없다고 했다. 부모의 추억이었을까.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2.
한 때 국내에서도 인기 있었던 혼혈 배우 데니스 오는 서배너 디자인대 사진학과 출신이다. 그 때문에 찾아간 것은 아니지만, 서배나 도심 한 가운데 있는 학교는 작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한참 인기 있을 당시는 다니엘 헤니와 비교되고는 했는데, 지금은 뭘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모델이나 배우로 활동 중일 가능성이 높지만, 관심은 없다.
#3
서배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어머니 엘런의 고향이다. 조지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은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미국 남동부를 대표하는 고도(古都) 답게 여전히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 머물만큼 볼거리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잘 구획된 거리와 조지아 식민지 시대를 재현한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한 번 쯤 방문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더위를 피하려는 의도로 생각되는데, 발코니를 위로 올린 필로티 형태의 집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스패니시 모스(Spanish Moss)를 걸치고 있는, 귀신 나올 듯한 모양의 나무도 볼거리다. 1819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증기기관선 이름이 서배너호다. 이 항구를 출발해 영국 리버풀로 향했기 때문이다. 강가에 개와함께 나와 배를 향해 흰 천을 흔들었다는 ‘The Waving Girl’ 동상이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천을 흔든 이유는 모르겠다.
#4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서배너에는 아픈 역사도 있다. 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역사는 아니다. 서배너는 17, 18세기 미국에서 가장 번성한 노예 시장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잡혀 온 노예들은 서배너 항에서 미국에 첫 발을 내딛었다. 물론, 살아있을 경우에. 애당초 사람이라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붙잡힌 흑인 가운데 6분의 1 정도가 항해 도중 죽었다. 이들을 ‘노예’로 길들이는데 더 많은 수의 흑인들이 희생됐다. 주로 영국과 포르투갈 배들이 노예를 실어 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