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로는 크레프(Crepe)… 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끄레뻬’ 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익힌 뒤 갖가지 재료를 넣고 말아먹는 간식. 어린시절에는 동네 리어카에서도 만드는 사람들을 제법 본 것 같은데, 지금은 번화가로 나가지 않으면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어린시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재료들이 무척 화려해졌다는 것. 단순히 밀가루 반죽에 크림 좀 발라서 먹던 끄레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만드는 사람의 기술이라면 최대한 얇게, 그렇지만 식감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강원도 평창 인근 시장 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추메밀전과 비슷한 느낌이다.
만드는 사람의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먹는 사람의 기술도 있다. 수 십 가지 재료 중 그 날과 가장 잘 맞는 재료를 고르는 것. 하나하나 순서대로 먹어가는 것이 아니다. 날씨와 기분과 동반자와, 그 밖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끄레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중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