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4일 목요일

NFL의 한국인 키커

  미국 프로미식축구인 NFL에도 외국인(미국 기준으로 외국인) 또는 외국 태생 선수들이 없지는 않다. 지금은 외국인 선수가 50명 정도가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계(또는 출생)도 몇 명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선수를 꼽으라면 ‘슈퍼볼 MVP’ 하인즈 워드일게다. 그 외에도 대학에서는 주목받았으나 단 한 시즌만에 프로 경력을 마감(확실치는 않음)한 존 리라는 ‘비운의 키커’가 있고, 또 몇 명의 한국계 선수들이 더 있다. 하인즈 워드와 존 리는 한국 출생이기는 했지만 한국 국적은 아니었다.

  올 시즌 처음 NFL에 한국인 선수가 데뷔했다. NFL 중계를 볼 기회가 많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관심을 갖고 볼 만 일이 생겼다. 생겼다. LA 차저스의 구영회라는 키커인데, 첫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니 마지막 필드골 실패(실수는 수비 라인이 한 것)가 옥의 티지만, 꽤 안정적으로 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저스는 원래 LA에서 출발했지만 오랫동안 샌 디에고를 연고지로 사용하다 다시 LA로 돌아갔다.

  원래 미식축구라는 게 미국 외에서는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아서 야구나 축구처럼 외국인 선수가 많지 않다. 주요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외국인(또는 외국 태생) 선수 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그래도 간혹 두각을 나타내는 외국인(또는 외국 태생) 선수들이 있다. 럭비 선수 출신을 제외하면, 특히 유명한 선수들은 스페셜 팀, 그 중에서도 키커가 눈에 띈다.  아마도 축구나 격투기처럼 다른 종목에서 ‘차는 훈련’을 해 온 선수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사실 외국 태생 키커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이한 것은 역대 가장 유명한 두 명의 키커가 모두 외국 태생이라는 점이다. 덴마크 출신인 Morten Andersen(모르텐 안데르센이라고 읽나)과 남아공 출신 개리 앤더슨(이라고 읽을 것 같음, Gary Anderson)인데, 나란히 역대 스코어 랭킹 1, 2위다. 찾아보니 Andersen이 2544점, Anderson이 2434점을 올렸다. 둘 다 선수생활을 오래했는데, Andersen이 25년, Anderson이 18년을 프로로 뛰었다. 아마도 자기 관리만 잘 하면, 다른 포지션과 달리 외부 충격이 적은 포지션 성격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둘 다 1982년에 데뷔했는데, 선수 생활을 오래 해 준 덕에, 경기를 봤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여하튼 한국인 구영회도 언젠가 이런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 이름을 올렸으면 하는데, 존 리라는 어정쩡한 선례가 있으므로 어찌될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존 리가 뛰었을 때는 너무 예전이어서 플레이는 기억나지 않고 신문에서 읽은 기억은 난다.

  참, 하나 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여기서 말하는 키커는 플레이스키커를 의미한다. 누가(홀더) 잡아준 공을 차는 것. 스스로 공을 들고 차는 펀터(Punter)와는 구분되는데, 키커가 공을 ‘깔끔하게’ 차야한다면, 펀터는 공을 ‘지저분하게’ 그리고 ‘적당히’ 차야 잘 차는 것이다. 무조건 멀리 차는 것이 아니라 엔드라인 끝까지만 가야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제대로 잡지 못하게 차는 것도 중요하고.

  이처럼 차는 선수도 구분될 정도로 분업화가 뚜렷한 것이 미식축구인데, 공을 차는 선수를 위해 뒤로 공을 던져주는 선수도 따로 포지션이 있다. 롱 스내퍼라는 포지션이다. 평소 공격을 할 때는 센터가 쿼터백에게 가랑이 사이로 짧게 스냅을 해주고 블로킹에 들어가는데 비해, 롱 스내퍼는 키커에게 멀리 던져주는(그래서 롱 스내퍼) 것이 주요 역할이다. 롱 스내퍼는 필드골이나 펀트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별로 티가 안 나는 포지션.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아마도 가장 유명하기 때문에) 롱 스내퍼는 존 도렌보스일텐데, 그건 플레이 때문이 아니라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 시절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에 마술사로 출연해 결승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뉴올리언스 세인츠로 이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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