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가상화폐 규제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높아졌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라도 가리지 않았기에 깊어졌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진(秦)의 재상 이사가 진왕 영정(훗날 시황제)에게 올린 ‘간축객서(諫逐客書)’는 외국 출신 관리를 내쫓는 ‘축객령’을 거둬들이고 문물과 인재를 두루 포용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받아들인 진왕은 개방·개혁 정책으로 천하통일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통일이 되자 반대 목소리를 근절한다며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저질렀다.
▷역사는 현재의 반영이다. 이전에도 개방과 규제를 병행하는 정책의 뿌리는 오래됐다. 중국은 신사업 규제를 풀어 빠른 시간에 안정된 스타트 업 창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국이 최근에야 집중 육성하겠다는 드론은 이미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분야다. 기업가치 59조 원이 넘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은 한국에서는 아예 시작도 못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다. 사업은 허용하되 문제가 생기면 규제한다는 ‘사후규제’가 정책의 원칙이다.
▷중국은 다양한 신사업에 대해 관대하지만, 체제유지에 걸림돌이 되는 분야는 강력히 통제한다. 일부 해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접속을 막는 인터넷검열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도 명분은 ‘유해사이트 차단’이지만, 실제로는 온라인상의 체제위협 소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이 방화벽을 피해 해외사이트에 접속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 사업자가 징역 5년 6개월 중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이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의 통화정책과 조세권, 위안화 해외반출 금지 등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폐쇄된 중국거래소들이 개인간거래(P2P) 사이트를 열어 거래를 계속하자 중국은 15일 P2P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차단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초강력 규제 방침에 가상화폐 국제시세가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17일 하루 만에 28%나 떨어졌다. 김동연 부총리가 16일 “거래소 폐쇄 옵션은 살아있다”고 말한 것도 국내는 물론, 국제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일치한다.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흡수해 혁신 기술의 싹을 틔우려고 하기보다 강력한 통제 방침을 내비친 김 부총리의 발언은 그래서 씁쓸하다. ‘중국식 규제개혁’을 본받으라고 했더니 ‘중국식 규제’만 배운 것 같다.(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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